오늘 모 기업의 사무직 면접을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제 스펙과 경력을 보시고, 자기소개서를 살펴보신 다음, 몇번의 질문과 답변이 오간 후, 면접관인 기업 대표가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00씨는 블루칼라가 적성에 맞을 것 같아요."
하는 말씀인즉, '꼭 화이트칼라를 할 필요가 없다. 요즘엔 블루칼라의 가치가 이전보다도 올라가고 있다. 저기 저 호주의 현황을 보면 배관공을 구하지 못해 웃돈을 내고 예약을 한다. 블루 칼라는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에서 구하고자 하는 인재상과는 다른 00씨의 미래를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00씨가 사무직을 하려면 필요한 역량들이 있는데, 그 역량을 달성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은 00씨에게 손실로 돌아갈 것이다.' 라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저는 모멸감이 들었습니다. 생판 처음 본, 면접관으로 마주한 기업 대표가 내게 블루칼라를 권하는 상황이 매우 무례하게 느껴졌고, 30년간 살아온 나의 가치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계속 언급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런 표현이 직업의 귀천을 선명하게 느끼도록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저도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 대표의 말을 최대한 좋게 해석해 보려고 노력하는데, 참 힘듭니다.
락스는 강력한 산화력으로 소재의 색을 표백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같은 블루칼라의 적성을 가진 사람도 유한락스로 표백하여 화이트칼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블루칼라님 안녕하세요.
유한락스입니다.
저희의 응대 범위를 벗어나는 문의이지만
저희가 함부로 짐작할 수 없는 심정이 있으신 것 같아서
예외적으로 결론부터 아래와 같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평가라서 고민이시라면 천천히 우량해지세요.
1.
저는 모멸감이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복잡한 상황에 대해서
저희가 감히 첨언을 할 지혜가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2.
생판 처음 본, 면접관으로 마주한 기업 대표가 내게 블루칼라를 권하는 상황이 매우 무례하게 느껴졌고
불균형한 관계에서 당하는
언어 폭력의 고통은 저희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희가 수 많은 분들과 다양한 대화를 해보니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분들이
상대방을 비난하려고 골몰하고
폭력에 시달리시는 분들이
자신의 폭력성에도 둔감합니다.
이러한 기준에서
블루칼라님은 잠깐의 불쾌함을 계기로
매우 소중한 지혜를 얻으셨을 가능성을
직접 말씀하셨을 수 있습니다.
3.
30년간 살아온 나의 가치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건가
블루칼라님과 관계된
냉정한 사실은 한 가지이거나 단순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향한 해석입니다.
만약 블루칼라님께서
지금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셔서 고민이라면
그 자체가 저평가 우량주의 전제 조건입니다.
그런데
우량하다는 개념은
사람과 기업의 삶 모두에서 항상
충분한 시간을 요구합니다.
차라리 기업은 3년이면 충분하다는데
인간의 사회가 쓸데없이 복잡해져서
사람의 삶은 최소한 25년 이상을 살아내야
사회적 역량 축적이 시작된다는 점은
쉽게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블루칼라님의 우량함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수 있습니다.
4.
대표의 말을 최대한 좋게 해석해 보려고 노력하는데, 참 힘듭니다.
저희가 수 년 간 익명 상담을 진행하면서
세상은 매우 거칠고 저희는 한 없이 작아진다고 느낄 때마다
그것은 최고의 경험이라고 믿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감정적 자극이 항상 어떤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러한 자극으로 겸손해지거나 더욱 노력하거나
서글픔에 매물되어 식욕까지 잃는
차이도 매번 분명히 느꼈습니다.
5.
저같은 블루칼라의 적성을 가진 사람도 유한락스로 표백하여 화이트칼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유한락스도 블루칼라님의 삶도 탈색하지 마세요.
유한락스는
섬유 표면의 미세한 얼룩을 제거하는
염소계 표백제입니다.
의도적인 탈색이라는 목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지만
그 과정과 결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블루칼라님의 삶을 탈색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은
한번 더 현명하게 검토해 보시고
어떤 색을 선택하시던
세상에서 가장 선명한 색으로 발전시키길 부탁드립니다.
실제로
염색은 반복해도 섬유가 쉽게 손상되지 않고
가치가 증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탈색을 반복하면 섬유가 금방 낡고 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