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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락스 사용법

시집을 읽다 우연히…

by 한지협 posted Oct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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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락스

길상호 시인

몇 방울만 떨어뜨리면
오래 묵은 얼룩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화병 속 더러운 꽃들은
새하얀 꽃잎을 다시 펼쳐놓았다

손바닥 손금 사이 찌들어 있던 운명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눈물보다 독한 그 냄새
가끔은 메스껍게 속을 뒤집어놨지만

윤기가 나는 밤을 위해 다시
가사를 지워 버린 콧노래와 즐거운 락스

잠시 담가놓기만 해도
깜깜했던 밤이 말끔하게 탈색 되었다

끝나지 않은 전생이 축축하게 흘려들어
곰팡이를 피우는 날엔

때가 낀 배꼽 속에도 한방울
락스를 풀어놓고 잠이 들었다